89년 만에 0-6 대패, 독일이 흔들린다

전차군단 독일이 무적함대 스페인을 만나 휘청거렸다. ‘독일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란 말도 이제는 옛 이야기일 뿐이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에스타디오 라 카르투하 데 세비야에서 스페인 대표팀과 가진 ‘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4조 최종 6차전에서 0-6으로 완패를 당했다.

독일이 6골 차로 완패를 당한 것은 지난 1931년 5월 오스트리아전(0-6 패) 이후 89년 만이다.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썼다. 뢰브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했다. 독일은 2019년 9월 네덜란드전 패배(2-4 패) 이후 12경기에서 7승 5무의 성적을 내며 무패행진을 내달렸다. 하지만 스페인전 패배로 1년 넘게 이어오던 무패행진도 마감됐다.

예상 밖 흐름이었다. 실망스러웠던 건 0-6이란 스코어만이 아니다. 독일은 이날 경기 내용까지 ‘완패’했다.

4-3-3 포메이션을 가동한 독일은 티모 베르너, 세르주 그나브리, 르로이 사네를 앞세워 스페인의 골문을 두드렸다. 정통 공격수가 부재한 독일은 측면 공격수 그나브리를 중앙에 기용해 가짜 9번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독일의 3톱은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쉽게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90분을 통틀어 기록한 슈팅은 그나브리가 찬 슈팅 2번뿐이었고,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토니 크로스, 일카이 귄도안 등 베테랑 선수들도 중원싸움에서 밀리면서 평소보다 뒤로 물러서 경기를 운영해야 했다. 수비 부담이 가중된 이유다. 독일은 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알바로 모라타에게 헤더 골을 허용했고, 전반 33분에는 페란 토레스에게 환상적인 발리슛을 허용해 실점했다. 불과 5분 뒤에는 로드리고에게 추가실점하며 전반에만 3골 차로 끌려갔다.

스페인의 골 잔치는 시작에 불과했다.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독일 수비를 흔들어놓던 스페인은 토레스가 후반 10분, 후반 26분 연이어 득점하며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후반 44분에는 미켈 오야르사발까지 득점해 6-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뢰브 감독은 “득점 기회가 거의 없었고, 개인 싸움에서도 밀렸다. 스페인이 우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나브리는 “오늘 경기에서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처럼 많은 실점을 하며 패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스스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독일은 뢰브 감독 경질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란 충격적인 결말을 맞았고, 네이션스리그에서 리그B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유로 2020’에서는 톱시드 배정을 받지 못했다. 독일축구협회는 위기 속에도 뢰브 감독과 재계약을 하는 등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