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눈치보다 의리 팽개쳤나…‘화나 이글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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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눈치보다 의리 팽개쳤나…‘화나 이글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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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눈치보다 의리 팽개쳤나…‘화나 이글이글’

그룹 눈치보다 의리 팽개쳤나…‘화나 이글이글’ 


한화 한용덕 감독이 7일 대전 NC전이 끝난 뒤 사퇴의사를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팀 창단 최다인 14연패에 따른 자진 사퇴지만, 전날의 무코치 경기 사태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는 ‘의리’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행보에 ‘의리’는 없었다.

2011년 이후만 따져도 여러 명의 감독들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30경기만의 사퇴는 드문 일이다.

한 감독 보다 더 이른 시기에 사퇴한 감독은 2014년 LG 김기태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당시 17경기(4승2무11패)만에 팀을 떠났다. 사퇴에 따른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야구장 안팎에서 구단과 현장 사이의 갈등 요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감독의 사퇴는 사실상 구단의 압박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 시즌이 아직 110경기나 남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남는다. 연패의 이유가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 부족이라는 판단이었다면, 주변을 압박할 게 아니라 구단 책임자가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NC는 2018년 초반 팀이 흔들릴 때 김경문 감독의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의 수순을 밟았다. 구단 대표가 직접 책임을 지는 방식을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NC가 이듬해 가을야구에 오르며 빠르게 팀이 정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성적 부진의 이유를 현장과 선수 출신에게만 떠넘기는 오랜 관행에서 벗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한화는 감독 주변을 압박하며 결국 ‘무코치 사태’라는 풍파를 일으켰다. 이는 모기업에 대한 눈치보기에서 나온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2020년의 14연패는 7년전 14연패와 다르다. 14연패가 이어지는 동안 이글스가 사라지고 한화만 남았다. 야구단 이글스가 어찌 되든말든, 모기업 ‘한화’에만 시선이 고정됐다. 당장의 14연패가 아니라 오랫동안 계속된 ‘조건반사’의 결과다.

야구단에서 한화그룹은 ‘본부’라 불린다. 야구단 관련 여러 결정을 내리는 ‘본부’가 존재한다. FA 영입도, 감독 선임도 ‘본부’의 결정에 따른다. ‘본부’의 임명이 구단 내 권력을 좌우한다. 한때 외부 FA 영입에 321억원을 쏟아부은 결정도 본부이고, 이후 지갑을 닫은 것 역시 본부를 향한 눈치에서 나왔다. 최근 한화는 본부로부터 ‘자립도를 높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FA 계약을 후려치고, 신인 선수를 대거 육성선수(신고선수)로 묶어 놓은 것은 이러한 ‘교시’의 영향이다.

무코치 경기와 노코멘트, 사퇴로 이어지는 과정 역시 본부를 향한 눈치에서 나왔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본부’의 불편함이 감지됐고, 이를 전달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졌다.

그룹이 추구하는 가치 ‘의리’는 경질을 주저하게 만들고, 일단 감독 사퇴로 일단락되자 또 하나의 핵심가치인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팬들 위한 ‘이글스’는 사라졌다. 팀이 흔들리면, 모두가 ‘이글스’ 대신 ‘한화’ 직원이 된다.

한화의 2020시즌은 아직 100경기도 넘게 남았다. 연패가 계속된다면 KBO리그 통산 최다 연패도 걱정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어쩌면 거꾸로다. 연패 기록이 가져 올 낙인과 이에 따른 이미지 추락보다, 미래를 위한 ‘이글스’의 가치와 방향 회복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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