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면 모두 핑계가 되니깐….”

염경엽 SK 감독의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스트레스가 남아있는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팀 성적이 하위권인 팀의 수장이라면 누구나 겪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는 2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휴식을 취했다. 숙소인 인근 호텔에서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인 3시30분에 출발했고, 이에 4시경 더그아웃에 짐을 풀었다. 이보다 앞서 경기장에 도착한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이 피로하다. 휴식이 필요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역시나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골자는 ‘성적도 부진한데, 훈련도 하지 않느냐. 이기려는 생각이 없구나’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비난은 최근 단행한 노수광-이태양 트레이드까지 번지면서 우수수 쏟아졌다. 

염경엽 감독이 조처한 것은 ‘휴식’이지 ‘포기’가 아니었다. 실제 선수단은 경기장에 도착한 뒤 그라운드로 나와 각자 필요한 훈련을 진행했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불펜 투수들은 외야 한편에 자리를 잡고 스트레칭과 롱토스 훈련을 소화했다. 이어 타자들은 정규 베팅게이지 훈련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포수석 뒤편에서 김강민, 이재원 등 고참 선수를 중심으로 토스볼 배팅으로 타격 훈련을 대신했다.

현재 SK에 가장 필요한 것은 분위기 반전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역시 승리이다. 염경엽 감독이 가장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히 휴식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승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봐야 한 

실제 연패를 당하면 체감하는 피로도는 더 커진다.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주는 것, 즉 이처럼 경기 전 휴식을 주는 것은 흔한 방법의 하나다. 루틴이 있는 선수들은 휴식을 보장해도, 경기에 맞춰 몸을 푼다. 이날도 그랬다.

트레이드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SK가 가장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불펜 투수진이다. 외야는 신인 최지훈처럼 대체 자원이 있다. 최지훈은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올 시즌 타율 0.328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무너진 불펜을 다시 세우는 방향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노수광이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은 다음 일이다. SK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한 전력을 영입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여러 상황에 관해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밖에서 보면 다 핑계로 보시더라. 지금은 입을 닫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감독실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