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노트] 음주운전, 약물복용....미국 프로야구에선 어느 것이 더 나쁜 죄질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미국 프로야구(MLB)에선 아직까지 약물복용은 '중범죄'이지만 음주운전은 '경범죄'이다.

2주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신임 감독이 된 토니 라루사가 지난 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11일 ESPN에 의해 보도되면서 약물복용과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놓고 MLB에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날 ‘라루사 감독 음주 사건은 앞으로 MLB가 음주 운전에 대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포브스는 라 루사 음주운전 사건은 가장 역겨운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며 전혀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MLB 차원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음주운전에 대해선 강력히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MLB는 그동안 약물 파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사인 훔치기 부정행위, 구단주와 선수들간의 싸움 등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했지만 이러한 건은 사실 음주운전에 비해 왜소한 것이라는고 이 매체는 전하고 있다. 약물복용은 사인훔치기 등과 마찬가지로 경기의 진실성을 해칠 수 있고, 또 돈 문제는 구단주와 선수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MLB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선수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2009년 MLB 개막 직후 시즌에 데뷔한 지 몇 시간도 안된 에인절스 투수 닉 아덴하르트 등 2명이 음주운전자에 의해 숨졌다. 2019년엔 에인절스 투수 타일러 스캑스가 알콜과 약물중독으로 27세의 나이로 팀의 텍사스 원정경기 도중 호텔방에서 죽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2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됐을 때 라루사 감독은 에인절스 팀 멤버의 일원으로 있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라루사 감독을 임명하기 전 그의 음주운전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루사 감독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는게 구단의 입장이다. 시카고 뿐 아니라 MLB 구단 대부분도 라루사 감독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비슷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게 포브스를 포함한 미국 언론들의 반응이다.

MLB는 가정 폭력 등에 대해선 심각하게 받아들여 강력한 징계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음주운전은 사실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가정 폭력에 비해 더 큰 사회적 범죄이다. 자신 뿐 아니라 아무런 잘못이 없는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 등은 약물복용 문제보다 훨씬 엄중한 범죄인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한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