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의 장벽을 넘어…머리에 홀린 NBA

요즘 한창 진행중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선수는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 그렇다고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도 아니다. 올해 풀타임 4시즌째를 치르고 있는 덴버 너기츠의 ‘신성’ 자말 머리(23)는 연일 뜨거운 득점포를 가동하며 농구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머리는 지난달 3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어드밴트헬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타 재즈와의 2019~2020 NBA 플레이오프 서부콘퍼런스 1라운드(7전4선승) 6차전에서 50점을 퍼붓는 맹활약으로 팀에 119-107 승리를 안겼다.

머리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평균 34점이라는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 2위다. 특히 50득점 이상만 두 번, 40득점 이상 세 번을 기록 중이다. 특히 4차전부터 3경기 연속 40점 이상을 넣고 있는데, 역대 NBA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연속 40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1년 앨런 아이버슨(당시 필라델피아) 이후 처음이다.

머리는 2016년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덴버 유니폼을 입었다. 2016~2017시즌 데뷔해 전경기를 소화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후 꾸준히 개인 성적을 향상시켜왔다. 덴버는 이런 머리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5년 1억7000만달러라는 대형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계약을 두고 주위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기복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머리는 제 경기력을 펼치는 날은 최고였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최악이 되는 ‘로또’같은 선수였다. 어느 정도 평균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머리는 그렇지 못했다. 니콜라 요키치라는 최고의 센터를 보유한 덴버가 서부콘퍼런스 우승권에서 한 두 걸음 뒤쳐진 것도 머리의 기복이 한 몫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도 머리의 기복에 따라 경기력이 좌지우지됐다. 1차전에서 36점을 넣은 머리는 2~3차전에서 각각 14점, 12점에 그쳤다. 1차전 승리 후 2~3차전을 내리 내준 덴버는 4차전에서 머리가 50점을 넣었음에도 패해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머리는 흔들리지 않고 5차전에서 42점을 퍼부어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고, 6차전에서 다시 50점을 집중시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사실 머리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유타의 에이스 도노반 미첼(24)과의 화끈한 득점 대결 때문이기도 하다. 미첼 역시 1차전 57점 활약을 포함해 이번 시리즈에서 평균 38.7점이라는 괴물 같은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머리가 50점을 넣은 4차전과 6차전에서 미첼도 각각 51점, 44점을 넣어 머리와 명승부를 벌였다. 오는 2일 최종 7차전을 남겨놓고 머리가 또 어떤 득점력을 뽐낼지, 미첼과 어떤 명승부를 연출할지 많은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