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허 감독 ‘주전 사랑’에 신예 검증 뒷전

25일 수원에서 벌어진 kt 위즈와의 경기에 출전한 롯데 자이언츠의 선발 라인업은 예상대로였다.

정훈-손아섭-전준우-이대호-이병규-오윤석-마차도-한동희-김준태로 이어진 선발 야수진 면면은 지난 24일 두산 베어스전과 거의 흡사하고, 치열한 순위권 다툼을 벌이던 8~9월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15승 4패를 기록한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가 휴식 차원에서 조기에 시즌을 마친 것을 제외하면 선발로테이션도 그대로다. 이날 선발 투수는 애드리안 샘슨이 올라왔다. 당초 에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샘슨은 이날도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돼 8승 12패 5.5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불펜 운용도 순위 다툼을 할 때와 큰 차이는 없다.

25일 kt전 변함 없는 선발 라인

순위 다툼 8~9월과 다르지 않아

허 감독 “이기는 경험 필요” 고집

PS 탈락 후 주전들 집중력 저하

유망주들 발전 기회조차 못 잡아

앞으로 4경기를 남겨 둔 롯데의 선수 운용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허문회 감독이 최근 남은 경기 동안에도 선수 운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이기겠다”고 했다. 그는 또 “(포스트 시즌에 탈락한)어떤 팀들은 (백업 기용으로)미래를 보는데 그건 로또인 것 같다. 그렇게는 안 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롯데가 처한 현실에서 기존 주축 선수들이 시즌 마지막까지 이기는 경험을 더 많이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 감독이 밝힌 선수 운영 기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문가들과 팬들이 적지 않다.

포스트 시즌 탈락 후 주전 선수들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허 감독이 주전 위주로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후 두산전 1-2, kt전 5-10으로 져 연패에 빠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출전 기회가 간절한 신예들의 기량 검증과 발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시즌을 내다보고 백업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해야 할 좋을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즌 내내 주전 선수들에게 매달린 허 감독은 ‘가을야구’가 물 건너간 지금도 주전들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허 감독의 ‘주전 사랑’은 팀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허 감독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러 스스로 2군행까지 자처했던 민병헌을 만류해 기회 때마다 공격의 맥이 끊어지는 모습을 보여 줬다. 거의 전 경기에 출장한 마차도는 시즌 후반 체력 부담으로 8월 한 달 0.358까지 치고 올라갔던 타율이 9월 0.202, 10월 0.241로 떨어졌다. 완벽한 모습을 보이던 수비에서도 실수가 잦아졌다.

일각에서는 허 감독의 이런 선수 운용 기조가 내년 시즌을 대비한 신진 발굴보다 당장 5할 승률과 6위 싸움에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올 시즌 25일까지 69승 70패 1무로 5할 승률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7위이다. 현재 6위 KIA와는 2경기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