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재개후 텅빈 관중석 채운 ‘리얼돌’…K-스포츠 성인지감수성 ‘바닥’ “여성을 응원 도구로 보는 명백한 성상품화” 지적 이어져 

FC서울 “성인용품과 관계없다” 해명했지만

“여성을 응원 도구로 보는 명백한 성상품화” 지적 이어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는 케이(K)리그 경기 관중석에 느닷없이 ‘리얼돌’이 등장해 구단이 성상품화를 조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FC서울은 18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7일 경기 때 설치했던 응원 마네킹과 관련, 팬 여러분들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날 설치된 마네킹들은 기존 마네킹과는 달리 재질 등이 실제 사람처럼 만들어졌지만, 우려하시는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들”이라고 밝혔다.

FC서울은 전날 홈구장인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경기에서 관중석에 여성 마네킹 20여개를 응원 도구와 함께 앉혀뒀다. 케이리그는 지난 8일 개막 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고 있다. 그런데 FC서울이 한 마네킹 제조업체의 협찬을 받아 앉혀둔 여성 마네킹들이 성인용품 업체의 이름과 마네킹의 모델이 된 인터넷 방송 진행자(비제이·BJ)의 이름이 적힌 응원도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마네킹이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본뜬 실리콘 인형)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FC서울은 경기 뒤 기자회견을 열어 “마네킹 제공 업체가 수량이 부족하자 과거 비제이를 관리한 매니지먼트 업체에 제공했다가 돌려받은 샘플을 포함해 (마네킹을) 설치했는데, 응원 도구에 (문제의 문구가) 남아있는 것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마네킹 제조업체가 성인용품 업체와 제휴를 맺고 깊은 사업 관계를 이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FC서울이 입장문에서 “코로나 시대에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는 만큼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해명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누리꾼들은 “화장을 진하게 한 여성을 관중석에 두는 게 재미 요소냐”, “FC서울이 평소 여성 관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반응을 보였다. 축구팬들은 케이리그 규정에서 금지하는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광고물’이라며 강도 높은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여성의 성 상품화’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 한 게임올림픽 경기에는 그룹 베리굿의 멤버 조현이 게임 종목 가운데 하나인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의 한국 캐릭터 아리 의상으로 등장했다. 조현은 이 자리에서 과도한 노출 의상과 게임 캐릭터를 형상화한 고양이 귀와 꼬리도 달고 나왔는데, 이런 옷차림이 주최 쪽의 요청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걸그룹 멤버를 스포츠 경기에 성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치어리더 등을 향한 성추행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12월에는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우승한 박대성 선수가 기념 촬영 도중 옆에 선 로드걸(종합격투기 경기 중 매 라운드 회수를 알리고 대회를 홍보하는 여성) 최설화씨의 허리를 세게 끌어안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스포츠 경기 내 여성 성상품화는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1(F1)은 이런 이유로 ‘그리드 걸’ 제도를 없애기도 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팀장은 “리얼돌인지 여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여성 마네킹을 세워 놓고 흥미를 끌어보자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스포츠 광고도 마찬가지이고, 경기 내용이나 제품과 상관없이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옆에 세워 시선을 끄는 방식은 수십년째 지속돼 왔다. 여성을 응원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문제는 스포츠를 남성만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된 명백한 성상품화”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