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병원서 치료 중 11시간 만에

15일 사고 당시부터 의식불명 상태

경찰, "민식이법 적용, 사법처리"

부산 해운대구 초등학교 앞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5세 유치원생이 16일 결국 숨졌다.

이 사고는 스쿨존에서 발생해, 어린이 사망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처벌을 받는 ‘민식이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경찰은 16일 가해차량 운전자에 대한 추가 조사에 이어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에 대한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기로 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A(5)양이 다음 날인 이날 오전 2시 41분쯤 병원에서 숨졌다.

A양은 30대 중반의 어머니, 초등학생 언니와 함께 지난 15일 오후 3시32분쯤 부산 해운대구 B초등학교 정문 부근 인도를 지나다 차로에서 길가 난간을 뚫고 돌진한 아반떼 승용차에 들이받혔다. 이 차량이 갑자기 보행로로 뛰어들어 오는 바람에 A양과 엄마는 피할 겨를도 없었다.

이 사고로 A양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엄마는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뒤따라 오던 초등학생 언니는 화를 면했다. A양과 엄마는 사고 후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A양은 11시간여만에 숨졌다.

이 사고는 지난 15일 오후 B초등학교에서 20m가량 떨어진 주차장에 있던 싼타페 승용차가 밖으로 나와 왕복 2차로의 도로 중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하던 중 반대편 차로에서 직진 중이던 아반떼 차량의 왼쪽 편과 부딪히면서 일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싼타페 차량은 좌회전하기 위해 속도를 낮춘 상태여서 충돌 직후 멈춰섰다. 반면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내려오던 아반떼 차량은 좌측 부분 충돌 후에 속도가 더 빨라졌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이나 당사자, 목격자 진술 등을 보면 사고 당시 두 차량의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며 “그러나 아반떼 차량이 사고 후속도가 더 빨라진 것으로 보면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더 빨리진 아반테 승용차는 ‘T자형’ 도로의 머리 쪽에 있는 B초등학교 정문쪽으로 10여m를 돌진했다. 또 보행로 철제 난간을 뚫고 A양과 엄마를 덮친 뒤 학교 담벽을 허물고 3m쯤 아래 학교 화단에 떨어져 뒤집어졌다. 이 승용차의 60대 여성 운전자도 가슴 등에 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가 나자 112와 119엔 “아기가 차에 치였다. 차가 넘어지고 의식이 없다”는 등 15건의 신고가 빗발쳤다

경찰은 지난 15일 사고차량 운전자 2명과 목격자들에 대한 1차 조사를 하고 해당 차량 블랙박스와 사고 현장 인근 방범TV 등의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사고 경위, 과정 등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16일 이들 운전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에 대한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운전자 2명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사고 당시 차량 속도, 제동 여부 등을 정확히 알기 위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는 것”이라며 “’스쿨론 교통사고’라는 점에서 민식이법 적용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